여야, 상법 개정안 합의…3일 본회의 처리
 |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용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상법 개정이 임박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 통과 이후 주주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배임죄 소송과 행동주의펀드의 경영 개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 관련 최종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여야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주주총회 시 전자투표 의무화 △'3% 합산룰' 보완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등의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상법 개정안은 오는 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에 상법 개정안 제정이 사실상 코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그간 여러 부작용을 언급하며 상법 개정을 반대해 왔던 재계 입장에서는 우려했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3% 룰'을 포함한 부분적인 내용이 추후 보완되더라도 기존에 우려했던 내용이 전혀 바뀌지 않아 기업 경영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가운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확대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를 통해 이사와 회사 간 이해 충돌 시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러나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되면 이사회는 소액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추후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이라고 판단되면 손해배상·배임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앞서 재계는 상법 개정이 아닌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주주 보호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또 다른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재계가 원했던 '신중한 논의'와 '속도 조절'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의사 결정 차질로 인한 경쟁력 약화도 고민거리다. 이사가 회사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등 행동주의펀드의 '흔들기'가 본격화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이사회 구성과 활동 과정에서도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고, 이들 전원에게 '3% 룰'을 적용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이 다수 선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도 경영 환경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수주주의 의견을 대변하는 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앞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과거 일본 기업들이 겪었던 시행착오가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국 자본으로부터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져 일본이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지했다는 사례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특정 주주 간 파벌 싸움 가능성도 집중투표제의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은 이날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고, 추후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재계 입장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이자 법안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한 두 가지 쟁점(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은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