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통한 경쟁 우위 구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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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 대표(가운데)가 지난해 9월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G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진입장벽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사업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전략 분야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비주력 사업을 정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개편해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새 정부 들어 첫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과 설비 확보를 위해 경기 파주시 등에 1조2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대금을 활용해 국내에 투자하는 리쇼어링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차 증가하는 OLED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프리미엄 OLED 기술이 적용된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 지속 성장하는 OLED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OLED 시장 규모가 매년 5%씩 성장해 2028년 약 1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초대형 리쇼어링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1조2600억원 투자 중 약 7000억원이 파주시를 포함한 경기도에 집중된다. 이번 투자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후 국내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투자로, 국가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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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1조2600억원 규모의 OLED 신기술 투자를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LG |
국내 중소 협력업체와의 연계 효과로 인한 간접 투자 효과도 있다. 이번 투자는 대규모 직접 설비에 집중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후방 산업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지역 상권 활성화에서도 긍정적인 낙수 효과가 전망된다.
최근 배터리 사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400조원이 넘는 일감을 쌓아 놓은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중국 3위 완성차 기업인 체리자동차에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체리차는 자사 고급 전기차 모델에 LG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철옹성이었던 중국 완성차 업체의 벽을 뚫은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자국 기업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잠재 시장에서의 미래 성장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첫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가 대표적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10GWh 규모로, 전기차 약 1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셀을 양산 중이다. 지난해 4월 본격 양산을 시작한 이래 4개월 만에 수율 96%를 달성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공조 사업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공조 사업을 H&A사업본부에서 새로 만든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의 핵심 사업으로 격상했다. 별도 사업본부를 신설해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3년 만에 종료하고,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을 추진한다.
냉난방공조 시장은 AI 인프라 확산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열 관리가 인프라 경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냉각 기술의 효율성은 단순 운영비 절감을 넘어 ESG 평가와도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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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LG |
LG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핵심 역량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 미래 신성장 동력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첨단소재사업 본부 내 워터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수처리 필터 사업 매출은 지난해 2200억원으로 LG화학 매출의 0.45% 수준이다. 자산 총액은 3770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0.4%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AX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AI 기반 통신 서비스 익시오(ixi-O)가 대표적이다. 익시오는 엑사원을 활용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올해 LG유플러스는 구글과 기술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 3월 중동 현지 최대 통신사인 자인그룹(KSA)과 익시오 중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차별화된 AI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대표는 주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야 한다"며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이런 모습이 그동안의 관성이었다"고 말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