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응형 수장' 기대 속 기술 기반 신사업 추진력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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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오경석 전 팬코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오 신임 대표. /두나무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법조인 출신 오경석 대표 체제로 새 출발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 흐름에 맞춰 법률 전문가를 수장에 앉힌 점에서 규제 대응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기술 중심 신사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비(非)기술인 대표가 적합한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오경석 전 팬코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공식 취임일은 7월 1일로, 오 대표는 이석우 전 대표의 뒤를 잇는 두나무의 두 번째 대표다.
1976년생인 오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이후 사법시험을 통과해 수원지방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을 거친 정통 법조인이다. 2016년부터는 의류 OEM 전문업체 팬코에 합류해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두나무 송치형 회장과 동향이다. 2021~2022년에는 두나무에서 감사로도 재직했다.
법조·회계·경영을 모두 아우르는 이력과 송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이번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FIU(금융정보분석원) 제재 이후의 '위기 대응 카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 2월 FIU로부터 △미신고 사업자 거래금지 의무 위반 △고객확인·거래제한 의무 위반 △영장 관련 고객에 대한 의심거래보고 미이행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이 3개월간 제한되는 '영업 일부 정지'와 함께, 이석우 전 대표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두나무는 이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3월 말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징계에 대해서는 별도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CEO로 남게 됐다.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였지만, 오는 7월 1일부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고문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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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전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CEO로 남게 됐다. /이새롬 기자 |
이런 배경 속에서 선임된 오 대표는 제도 전환기에 리스크 관리와 규제 대응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본격 추진 중이며, 하반기에는 '법인 코인 거래' 지원이 제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비트는 최근 월드비전의 이더리움 매각을 도우며 비영리법인의 코인 현금화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오 대표의 가상자산 산업 경험 부족은 한계로 지목된다. 두나무는 NFT 마켓 고도화, 자체 메인넷 개발, RWA(실물자산 토큰화), 글로벌 거래소 진출 등 기술 기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하는 RWA는 금융과 기술, 규제를 모두 아우르는 고난도 사업이다.
복합 기술 기반 비즈니스가 핵심이 된 상황에서 '비기술인 대표'가 전략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기술, 시장, 규제를 아우를 수 있는 산업형 CEO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비기술인 출신 CEO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석우 전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공동대표 등 IT 기반 플랫폼 경영 경험이 있었다"며 "플랫폼 리더십 면에서는 이번 인사가 아쉽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기술 확장보다 제도 충돌 최소화에 방점을 둔 '관리형 CEO'에 그칠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성장의 실질적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오 대표는 선임 직후 "고객 중심의 본질에 집중하며 기술·보안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글로벌 확장과 서비스 혁신을 이끌겠다"며 "AI 기반 기술과 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업비트를 지능형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