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동화 리포트①] BMW, '브랜드 전략'으로 캐즘 넘는다더팩트 기사제공: 2025-06-28 00:06:04

BMW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 차량 중 절반 이상을 순수 전기차(BEV)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를 중심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BMW의 플래그십 순수전기 SAV iX(왼쪽)와 순수전기 4-도어 쿠페 i4. /BMW코리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은 독자적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대의 흐름을 좇고 있다. 현재는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 등 전동화 차량만 제조하는 신흥 강자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의 강자들이 앞다퉈 전동화 시장에 진출하면서, 예정된 뉴노멀(New Normal) 모빌리티 시대의 지형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들의 전동화 투자 전략과 모델 라인업, 방향성 등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이른바 '캐즘' 국면 속에서도 BMW는 전용 플랫폼과 독자 기술, 충전 인프라 확대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 철학인 '운전의 즐거움(Joy of Driving)'은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시대에 맞춘 기술 혁신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BMW 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 차량 중 절반 이상을 순수 전기차(BEV)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를 중심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이 플랫폼은 통합 제어 시스템(Heart of Joy), 경량화 배선 구조, 파노라믹 비전 등 차세대 기술을 집약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Heart of Joy는 기존 대비 20배 향상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주행 역학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800V 기반의 6세대 eDrive 시스템은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를 각각 30% 개선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도 최대 60% 줄인다. 전면 유리창 전체를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파노라믹 비전'도 주목할 기술 중 하나다.

BMW는 완전한 BEV 전환보다는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를 함께 제공하는 '파워 오브 초이스(Power of Choice)' 전략을 유지 중이다. 하나의 모델에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전기차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언어와 주행 감각, 상품성을 유지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BMW의 전기차 라인업은 프리미엄 소형 SUV iX1·iX2, 중형 쿠페형 세단 i4, 준대형 세단 i5, 대형 SUV iX, 플래그십 세단 i7까지 세단과 SUV를 모두 아우른다. 콘셉트카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 /장윤석 기자

생산 및 배터리 인프라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BMW는 노이어 클라쎄 개발에만 90억유로(약 14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독일 일바흐·헝가리 데브레첸·미국 스파르탄버그·중국 선양 등 주요 거점에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 일바흐는 전용 고전압 배터리 공장을 신설 중이며 헝가리 데브레첸은 노이어 클라쎄 기반 iX3 양산 기지다. 미국 스파르탄버그는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북미 최대 전기차 수출 기지이며 중국 선양은 약 1116억위안(약 21조1000억원) 규모의 장기 투자 거점이다. BMW는 이들 공장을 통해 생산부터 조달, 조립까지 지역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완결형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성능 전기차 전략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BMW는 전동화 시대에도 M 브랜드 특유의 감성과 주행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고성능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핸들링, 사운드, 노면 피드백 등 기존 M 모델의 핵심 요소를 전기차에 맞게 재해석하는 주행 시험이 진행 중이며, 차별화된 고성능 모델로 M 브랜드 정체성을 잇는다는 계획이다.

BMW의 전기차 라인업은 프리미엄 소형 SUV iX1·iX2, 중형 쿠페형 세단 i4, 준대형 세단 i5, 대형 SUV iX, 플래그십 세단 i7까지 세단과 SUV를 모두 아우른다. 여기에 PHEV를 포함하면 총 16종의 전동화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iX 45, iX 60, iX M70 등의 부분변경 모델도 국내 출시된다.

한국 시장에서는 충전 인프라 확대가 한창 진행 중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2023년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현재까지 약 2400기의 충전기를 설치했으며 올해 말까지 3000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반영한 'ESG 차징 스테이션'도 도입 중이다.

BMW코리아는 올해 5월까지 누적 237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6353대를 기록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 i4 M50 xDrive 내장. /BMW코리아

BMW는 한국을 전동화 전략의 핵심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i5를 포함한 뉴 5시리즈는 2023년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출시됐고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이 글로벌 출시 직후 빠르게 국내에 도입됐다. 최근에는 한국전기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충전 생태계 상호운용성 시험센터 구축, 신규 충전 기술 도입, 인재 양성 등 기술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BMW의 브랜드 정체성 유지 전략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 정체성을 전기차에도 그대로 투영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중심의 접근 방식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i3의 초기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냥 BMW다'라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높였다"며 "제품 자체보다 BMW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중심에 둔 것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전략과 제품 전략 중 BMW는 브랜드에 무게를 두고 전기차를 자연스럽게 통합한 반면 일부 브랜드는 별도 전기차 라인업을 강조하며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며 "BMW의 방식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BMW코리아는 올해 5월까지 누적 2373대의 BEV를 판매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6353대를 기록하며 프리미엄 BE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총 36만8523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1.6% 성장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