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수처리 사업 매각
"유동성 확보해 포트폴리오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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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저가 공세와 산유국인 중동의 진출로 고사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가 비핵심 사업 및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중국의 저가 공세와 산유국 중동의 진출로 고사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가 비핵심 사업 및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대한 몸집을 줄이고 확보한 자금으로 장기 불황에서 버티기 위한 몸부림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처리사업을 매각했다.
먼저 LG화학은 지난 13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워터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수처리 필터 사업 매출은 지난해 2200억원으로 LG화학 매출의 0.45% 수준이다. 자산 총액도 3770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0.4% 규모다.
워터솔루션 부문은 RO멤브레인(Reverse Osmosis Membrane) 필터를 만드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RO멤브레인은 역삼투압을 통한 바닷물 담수화와 산업용수 제조 등에 쓰이는 수처리 소재다.
LG화학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핵심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LG화학은 "핵심 육성 영역인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리소스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위치한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한다. 매각 금액은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 수처리 공장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해 멤브레인 UF(Ultra filtration) 기반의 하폐수 처리(생활 및 공장 폐수) 및 정수(상수, 공업용수)용 분리막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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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화학 업계가 비핵심 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및 신성장 사업의 육성과 강화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성 제고 및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 활동 역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일찌감치 해외법인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 보유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해 약 979억원을 확보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 25%를 활용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외에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도 2750억원에 매각했다.
한화솔루션도 독일 자회사 Q 에너지솔루션 SE(Q Energy Solutions SE)의 지분 22.65%를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4000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26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째 적자를 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손실 56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303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직전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72% 줄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에 따르면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출 규모가 4.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올 1~5월 톤당 219달러를 기록하는 등 2022년 이후 계속해서 손익분기점인 250~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에 직면해 2029년 이후에야 점진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 에너지 최적화, 원료 유연성 향상,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불황을 견디면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사업 강화에 힘을 준다는 의도다. LG화학은 초고중합도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전기차 충전 케이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고부가 제품 육성을 위해 여수공장의 PVC 생산라인 일부를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모빌리티 소재와 수소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삼았다.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하는 고강성 난연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2026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율촌 산업단지에 연산 50만 톤 규모의 컴파운딩 공장을 건설한다.
zz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