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미국 투자액이 1518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 주가가 급등하면서 서학개미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었고, 자동차·2차 전지 등 국내 기업도 미국에 직접 투자를 늘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보면 지난해 말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준비자산 제외)은 2조97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대비 1724억달러 증가한 수치로, 1년 사이 약 9% 늘어난 것이다.
대외금융자산은 우리 국민들이 보유한 해외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미국에 대한 투자 잔액이 9626억달러로, 전체의 45.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1581억원 늘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중 역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성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코로나 이후 시작된 해외 주식투자 열풍이 지난해에도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량이 크게 늘었고, 미국 주가 또한 연중 상승을 이어가며 전고점 돌파를 반복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해외 주식 투자가 미국으로 더욱 집중됐고, 연말 평가이익도 크게 늘면서 대미국 주식투자 잔액 또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미국 직접 투자 또한 대미국 금융자산 증가에 일조했다.
박 팀장은 "자동차와 2차 전지를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늘린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잔액으로 보면 미국에 이어 동남아(2495억달러·11.9%), EU(2495억달러·11.9%) 순이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증가세가 미미하거나 줄었다.
미달러화 강세로 그외 표시 자산들이 손실을 보인 영향이다.
중동(25억달러)과 동남아(15억달러)는 소폭 늘었고 EU(-31억달러)와 중남미(-25억달러)는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중 금융자산은 지난해 1386억달러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비중은 3년 연속 역대 최저치다.
박 팀장은 "중국은 직접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중갈등 지속과 중국 내수부진으로 투자여건이 악화된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도 겹치면서 2년 연속 줄었다"며 "미국의 금융자산 비중이 급증한데 따른 반사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형태별로 보면 직접투자는 미국(2389억달러) 및 동남아(1553억달러), 증권투자는 미국(6304억달러) 및 EU(1247억달러), 기타투자는 미국(880억달러)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미 투자액은 올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박 팀장은 "올해 들어서는 미국 주식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자산이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다시 국장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상반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고 하면 (대미) 자산 증가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잔액을 뜻하는 대외금융부채는 1년 새 1290억달러 줄어든 1조4105억달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동남아가 3280억달러로, 23.3%의 비중을 차지해 통계 작성 이후 첫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3191억달러·22.6%), EU(2317억달러·16.4%) 순이었다.
박 팀장은 "지난해 국내 주가가 많이 빠지고, 원화가치도 하락하면서 미국 부채잔액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기관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고, 중국계 외은지점들이 차입을 통해 외화공급을 했던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투자형태별로는 직접투자는 EU(700억달러), 증권투자는 미국(2413억달러), 기타투자는 동남아(829억달러)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준비자산 제외) 잔액을 통화별로 보면 미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1조2985억달러로, 61.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유로화 1801억달러(8.6%), 위안화 1071억달러(5.1%) 순이었다.
전년 대비 미달러화는 1667억달러, 엔화는 35억달러, 홍콩달러화는 34억달러 늘어난 반면 유로화는 78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 잔액은 원화 표시 금융부채가 8688억달러(61.6%)로 가장 많았으며 미달러화 4113억달러(29.2%), 유로화 407억달러(2.9%) 순이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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