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비심사 신청 시 청구서 등 미기재·서류 제출 '無'
엄주성 대표 IB 강화에도 겹겹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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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증권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초박형 강화유리 제조업체 도우인시스의 대표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사진 오른쪽 위)는 취임 후 IB 부문을 별도 부문으로 격상하며 초대형 IB 도약을 선언했지만, 이번 사태로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더팩트 DB, 키움증권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키움증권이 대표 상장 주관을 맡아 코스닥 입성을 노리던 초박형 강화유리 제조업체 도우인시스가 주주 간 계약 일부를 증권 신고서에 미기재하며 상장 일정이 밀렸다. 이에 대표 주관사인 키움증권의 부실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상장 주관사의 기본 역할인 공시 관리와 리스크 점검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우인시스는 지난 17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인 뉴파워프라즈마와 전 최대주주인 SVIC 48·29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간 주주 간 계약을 뒤늦게 공시했다. 상장된 도우인시스 주식을 2029년 1월 31일 안에 매각할 때 주당 가격이 2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10% 상당액을 SVIC 55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혹은 SVIC가 지정하는 자에게 지급하기로 한다는 이익공유 조항이 담긴 계약이다.
다만 도우인시스는 "당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법인 2개사의 의무보유 기간은 상장일로부터 3년 6개월이며, 해당 조항이 유효한 29년 1월 31일까지의 대부분의 기간 중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법인은 주식 매각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도우인시스는 해당 계약이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최초 증권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계약이 최대주주의 지분 대부분에 대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정정 요구를 했고, 이에 따라 도우인시스는 지난 16일부터 진행하던 기관 수요예측을 중단하고 상장 일정을 3주가량 연기했다. 수요예측은 내달 3~9일로 연기됐으며, 이에 따라 이달 24~25일 예정됐던 일반 청약도 7월 14~15일로 미뤄졌다.
이같은 발행사의 이례적인 수요예측 중단에 따른 상장 일정 연기에 대표 상장 주관을 맡은 키움증권의 부실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우인시스의 상장 주관사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상장 주관사는 주관을 맡은 기업의 전 IPO 과정을 총괄 지휘하며 무난히 증시에 입성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증권 신고서를 작성하는 부분에서도 키움증권의 역할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 간 계약이 증권신고서뿐 아니라 상장예비심사청구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계약은 이미 뉴파워프라즈마가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에 첨부된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내용을 상장예비심사청구서 등에 기재하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가능성도 있지만, 키움증권과 도우인시스가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점이 더 큰 비판을 사고 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수차례 소통이 있었음에도 해당 계약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의도적 누락 의혹까지 낳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 신고서에 새로 기재된 해당 주주 간 계약 내용은 심사 과정에서 현 최대주주인 뉴파워프라즈마가 2023년 12월 7일과 2024년 9월 11일에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양수결정)에 첨부된 주식매매계약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키움증권의 IPO 주관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10개월간 사실상 IPO 실적이 전무하다. 올해 상반기 에르코스, 에스엠씨지 2곳의 스팩 합병 상장을 이룬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8월 AI·모바일 플랫폼 전문 기업 유라클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 것이 마지막이다.
키움증권이 대표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들의 상장 철회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기업 아론과 드론업체 숨비는 지난 1, 2월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창사 이래 첫 코스피 IPO 주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ESS(에너지저장장치업체)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상장 철회했다. 이에 대표 주관사로서의 리더십 부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사태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연달아 악재를 만나게 됐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취임 후 IB 부문을 별도 부문으로 격상하며 초대형 IB 도약을 선언했지만, 이번 사태로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지난 2023년에도 대표 상장 주관사로서의 역량 논란이 일기도 했다. 키움증권이 대표 상장 주관을 맡고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했던 메타버스 오피스 전문 기업 틸론은 금감원으로부터 세 차례 증권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최백준 틸론 대표는 상장 무산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키움증권의 과한 미래 실적 추정치 산정 등의 공모구조 설계 역량 부족과 틸론의 대여금 거래나 소송 등 관련 문제를 증권신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기업실사 역량 부족이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기초적인 실수가 발생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스템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도우인시스 사태 책임과 관련한 키움증권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도우인시스의 증권 신고서 작성 책임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답변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