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300대 쏟아지는 월요일"…렌터카 경매의 '풀 밸류체인'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7 12:06:02

지난 16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롯데오토옥션 주차장에 경매 출품을 앞두고 약 1300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황지향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오늘은 메르세데스-벤츠 한 대, 기아 SUV 한 대 낙찰 받으려고 왔어요."

지난 16일 경기 안성 롯데렌탈오토옥션 경매장 1층 로비. 소파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러시아 바이어 파벨 보르쇼프 씨는 경매가 진행 중인 대형 스크린을 수시로 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화면에는 세 개의 경매 레인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고, 20초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차량 정보와 입찰가, 낙찰 여부가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경매장 안은 매주 월요일마다 분주하다. 중고차 거래의 최전선이자 시장 흐름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곳에는 이날도 1300여대가 출품돼 활기를 띠었다. 경매는 동시에 최대 4개 레인에서 진행되며, 보통 출품 대수에 따라 3개 레인이 가동된다.

2층 메인 경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시트의 좌석마다 모니터가 일렬로 놓여 있다. 총 500석 규모지만 최근 온라인 경매 참여율이 93.6%를 기록하면서 약 100대의 컴퓨터만 가동 중이다. 각 좌석에는 '입찰 버튼'이 연결돼 있으며 한 번 누를 때마다 경매가는 5만원씩 오른다. 컴퓨터 화면에는 차량 사진, 시작가, 주행거리, 성능점검 결과 등이 표시돼 있었고 바이어들은 버튼을 누를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2층 메인 경매장 내부. 500석 규모의 컴퓨터 좌석이 일렬로 배치돼 있으며, 온라인 참여율 증가로 약 100대만 가동되고 있다. /황지향 기자

가격 산정에는 인공지능(AI)이 활용된다. 10년간의 낙찰 데이터를 학습한 머신러닝 기반 모델이 출품 차량의 주행거리, 사고 이력, 연식 등을 반영해 희망가를 제시한다. 실제 낙찰가가 이를 넘으면 낙찰되고, 미달되면 유찰된다. 유찰 차량은 후상담을 거치거나 다음 주 재출품된다. 김용균 롯데렌탈 경매운영팀 팀장은 "AI가 제시한 가격의 정확도는 최근 80~9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사람의 경험을 보완하는 보조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낙찰 이후 차량 반출까지도 디지털화돼 있다. 낙찰자는 가상계좌로 대금을 입금하고, 탁송기사는 키오스크에서 인증번호를 입력해 반출증을 출력한다. 반출 사실은 낙찰자에게 자동으로 알림된다. 수작업 절차 없이 탁송이 완료되는 구조다.

성능점검장에 입고된 차량 내부를 점검 중인 한국자동차평가 관계자. /황지향 기자

출품 차량은 입고 직후 자동 세차장을 통과한 뒤, 전용 촬영동으로 이동한다. 이곳 스튜디오에는 벽면을 따라 27대의 고정형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외관을 동시에 촬영한다. 차량 내부는 별도의 장비로 5컷 이상 촬영되며, 하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바닥에는 아래쪽을 비추는 전용 카메라도 설치돼 있다. 촬영이 완료된 차량은 성능점검장으로 옮겨지며, 점검 결과와 사진은 온라인 경매 페이지에 함께 등록된다.

성능점검장에서는 이날 2024년식 펠리세이드가 진단 중이었다. 태블릿PC를 들고 차량을 살펴보던 권혁운 한국자동차평가 차장은 조수석 뒤 도어에서 판금 교체 흔적을 발견했다. 차량 외판의 미세한 광 반사 차이와 문틈 간격을 짚어가던 그는 "이건 판금 교체한 부위다. 도막 두께 측정기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숙련된 눈이면 육안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오토옥션 차량 촬영동 내부. 촬영 스튜디오 천장과 벽면에 27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차량 외관을 동시에 촬영한다. 바닥에는 하부 촬영용 카메라도 마련돼 있다. /황지향 기자

차량 점검 결과는 바이어 휴대전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낙찰 희망 차량을 미리 둘러본 보르쇼프 씨는 촬영된 사진을 가리키며 "이 차는 시작가가 괜찮다. 가격만 적절히 형성되면 꼭 낙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눈으로 직접 보고, 데이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이 곳 구조가 신뢰가 간다"고 덧붙였다.

롯데오토옥션의 출품 차량은 롯데렌탈 소유가 약 6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일반 매입(30%)과 외부 위탁(10%) 물량이다. 렌터카 특성상 48~60개월차, 주행거리 9만~10만㎞ 안팎의 준신차급이 다수며 세단·SUV 등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김 팀장은 "비슷한 연식·상태의 차량을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원사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롯데오토옥션에는 전국 1329개 회원사가 등록돼 있으며 수출 회원사 낙찰 물량도 전체의 30% 가까이 된다. 수출 대상국은 중동과 아프리카, CIS(구 소련) 지역까지 광범위하다.

롯데렌탈오토옥션 경매장 외관. 롯데렌탈은 경매장을 중심으로 한 B2B 유통을 넘어, B2C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롯데렌탈은 렌터카, 경매 등을 중심으로 한 B2B(기업 간 거래) 유통을 넘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B2C 중고차 브랜드 '티카(TCAR)'를 중심으로 중고차 밸류체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성 경매장 뒤편 5만6000평 부지에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중고차 상품화센터'가 조성 중이다. 세차, 경정비, 광택 등 상품화 공정은 물론 약 43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포함된다. 완공 시 차량을 곧바로 상품화센터로 이동시켜 정비한 뒤 소매 등으로 전환하는 단일 루트 운영이 가능해진다.

김용균 팀장은 "상품화부터 경매, 소매, 수출까지 한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