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단기 피해 불가피
철수설 한국GM, 노조위원장 해고…반면 현대제철과 새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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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추가로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지난 3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25% 품목별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업체들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행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적인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캘리포니아 휘발유차 규제 등 폐기 결의안 서명식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차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며 "관세가 높아질수록 미국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발언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현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순히 투자 압박용 '발언'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관세 인상을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등 제품 수입을 조정해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투자를 촉진해 자국 노동자를 보호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판매량 1위인 일본 토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 10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이중 미국 시장에 4분의 1가량을 판매했다. 이 중 절반가량만 현지에서 조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가 관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 꼽힌 상황에서 추가 관세 인상은 손실을 키울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증설을 통한 생산량 확대와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건설 등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관세를 내고 싶지 않다면 현지 생산을 늘리라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HMGMA 등 미 현지에 100만대 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통해 20만대를 늘려 총 12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지 판매량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관세가 또다시 인상되면 단기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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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국회의원단-한국지엠지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
우선 당장 선적한 차량에 매겨지는 관세 피해를 막기 어렵다. 또한 현대차그룹 현대제철 현지 일관제철소 건립 프로젝트도 자금 조달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은 축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GM은 최근 향후 2년간 미국에 40억달러(5조4700억원)를 투자하고 미국 연간 생산 규모를 150만대에서 20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체 생산량 85%를 미국으로 수출하며 대미 수출로 먹고살았던 한국GM은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휴자산 매각 등 수익성 개선 작업을 벌이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최근에는 한국GM이 노동조합 위원장인 안규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지부장 해고가 유휴자산 매각에 이어 인력 조정, 최종적으로는 철수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GM이 하루아침에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대체할 만한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 한국 정부 눈치를 살피며 철수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한국GM이 최근 현대제철을 새 자동차용 강판 납품처로 선정한 점에서 철수설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세 협상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관세로 굳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7월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GM도 어떤 변동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120만대까지 현지 생산 능력을 늘린다고 하는데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120만대보다 늘어날 수 있다"며 "부품 등 공급망 전체가 관세 대상이 된 점에서 국내 협력사들이 현지로 이전하지 않으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