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성평등과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올해의 한국영화 10편을 선정한 '2025 벡델초이스10'을 5일 발표했다.
선정작은 ▲검은 수녀들(권혁재) ▲그녀에게(이상철) ▲딸에 대하여(이미랑) ▲럭키, 아파트(강유가람) ▲리볼버(오승욱) ▲빅토리(박범수) ▲최소한의 선의(김현정) ▲파과(민규동) ▲하이파이브(강형철) ▲한국이 싫어서(장건재) 등이다.
이 가운데 '파과', '검은 수녀들', '하이파이브' 등 7편은 남성 감독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다.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남성 감독이 주연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며 "여성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매력적인 서사의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 내 구조적 문제로 인해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은 여전히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심사는 벡델 테스트의 3가지 항목에 동시대적 기준을 추가한 '벡델 테스트 7'에 따라 이뤄졌다.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이들 간의 대화가 남성과 무관한 주제를 포함하며 주요 제작진 중 여성 영화인이 참여했는지 여부 등이 포함된다.
여성 단독 주인공 여부, 성소수자 및 소수자에 대한 묘사, 캐릭터의 고정관념 탈피 등도 반영 기준이 됐다.
'검은 수녀들'은 수녀를 퇴마의 주체로 설정한 점에서 여성 주체성의 확장을 시도했고 '파과'와 '리볼버'는 누아르 장르를 여성의 시선으로 전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이파이브'는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성별과 나이의 경계를 허문 시도로 언급됐다.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다채로운 여성 서사가 눈에 띄었다.
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의 고충을 그린 '그녀에게'는 경력단절 문제를 함께 다룬 입체적 인물로 평가됐고, '한국이 싫어서', '럭키, 아파트'는 젊은 여성의 시각을 통해 사회의 차별 구조를 조명했다.
'딸에 대하여', '최소한의 선의', '빅토리'는 여성 간 연대와 세대 간 교감을 묘사하며 여성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선정작은 극장 개봉작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을 포함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표된 총 125편 가운데 심사를 거쳤다.
'벡델초이스10' 상영과 토크 프로그램이 포함된 '벡델데이 2025' 행사는 다음 달 6, 7일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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