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미국인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1858~1902)에게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전통 가구 '나전산수무늬삼층장(螺鈿山水文三層欌)'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정이라고 국가유산청이 23일 밝혔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조선 후기 왕실이나 상류층 자녀의 출가할 때 준비하던 생활필수품인 삼층장 중 하나로,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 크기로 검은 옻칠 바탕 위에 오색 자개로 산수문, 인물문, 문자, 꽃, 과실, 귀갑문 등의 무늬가 정면과 측면에 정교하게 장식돼 있다.
정면 6개의 문짝 안쪽에는 밝고 화려한 색채의 괴석화훼도(怪石花卉圖)가 그려져 있다.
나전 삼층장은 경남 통영 지역 전통 가구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상단부에 대는 천판의 돌출부를 짧게 처리하고 앞면 전체 구조를 평면적으로 가공했으며 끊음질·주름질 등 전통 나전 기법이 종합적으로 적용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나전 삼층장은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오다 외증손녀인 다이앤 크롬 여사가 2022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입국해 청년들에게 영어와 신학문을 가르쳤으며 1887년에는 서울 정동에 벧엘 예배당(현 정동제일교회)을 세우는 등 한국 근대 교육과 선교 활동에 기여했다.
1902년 인천에서 목포로 향하던 중 선박 사고로 사망했다.
국가유산청은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로 동일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은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희소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