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영화' 100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NYT는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결과를 공개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신자유주의의 참혹함에 대한 맹렬한 질책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뒤틀리고 불안하면서 충격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의 거장 봉준호는 폭넓은 코미디와 신랄한 사회 풍자 사이를 유려하게 넘나들다가 충격적인 비극적 폭력의 발작으로 모든 것을 불태운다"고 평가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43위,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99위에 올랐다.
NYT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가 망치를 휘두르며 피범벅이 된 채 복도를 빠져나오는 장면에 주목했다.
"이 유명한 액션 장면은 비틀린 스릴러의 오페라 같은 폭력성을 상징한다"면서 "마지막 장면까지 도발과 불안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첫 장면부터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헤아릴 수 없는 악에 맞서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유머와 날카로운 드라마를 섞는 방식으로 이를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이 연출한 '패스트 라이브즈(2023)'는 86위를 차지했다.
NYT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 사랑, 운명, 재창조에 대한 절묘한 성찰로 가득 차 있다"며 "마지막 장면은 여러분의 가슴을 찢어놓을 것"이라고 썼다.
이번 순위는 2000년 1월 1일 이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세계적 명성의 감독, 배우, 제작자, 애호가 등 500명을 설문 조사해 집계한 결과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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