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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가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그것도 50승 선착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들고. 한화팬이라면 마음 한켠에 ‘아직 이르다’, ‘후반기 들어 무너질지도 몰라’라는 불안이 가득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희망고문을 당해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드디어 ‘과학’이 아닌 ‘결과’가 한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1999년 이후 25년이 지났다.
팬들은 희망보다 체념에 익숙해졌고 경기가 끝나면 ‘졌잘싸’라는 말로 위로를 삼았다.
시즌 초반 잠깐 반짝이는 순간이 오면 ‘언제 무너질까’부터 걱정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뭔가 다르다.
위기의 순간마다 무너졌던 불펜은 굳건히 버티고, 결정적인 타이밍에 터지는 적시타는 이 팀의 야구를 다르게 만든다.
무엇보다 진짜 야구를 하고 있다.
한화는 더 이상 무서운 꼴찌가 아니다.
이제는 시즌막판에 상위권 팀에게 그저 고춧가루만 뿌려대는 팀이 아니다.
투타 밸런스는 리그 최상위권이며 상대팀들은 이제 한화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그리고 문동주와 류현진이 지탱하는 선발진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폰세는 전반기 1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5 탈삼진 161개로 사실상 리그 최고의 투수다.
와이스 역시 10승 3패, 평균자책점 3.07로 든든히 버티고 있다.
전반기 선발 평균자책점 3.35, 팀 ERA 3.39는 리그 전체 1위다.
뒷문도 확실해졌다.
김서현은 전반기 42경기에 나와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마무리 자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투수 전체 1위를 차지할 만큼 존재감이 크다.
그간 불안 요소였던 불펜이 이제는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됐다.
타선은 조용히 효율적이다.
고졸 2년 차 외야수 문현빈은 타율 0.321로 팀 타율 1위를 기록하며 상위 타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루이스 리베라토는 12경기 타율 0.420, OPS 1.103, 득점권 타율 0.667이라는 믿기 힘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기적이 아니다.
예고된 반란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외형은 조용했지만 내부에선 끊임없이 쌓아온 결과다.
실패와 고통의 시즌들을 견디며 버틴 시간 끝에 이 팀은 드디어 야구다운 야구를 하고 있다.
한화의 부활은 단순한 팀의 반등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조롱받고 무시당한 팬심에 대한 위로이자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다.
‘10년을 기다리면 돌아온다’는 말이 야속할 정도로 오래 걸린 이 반등은 그래서 더 감격스럽다.
수많은 야구팬들이 “이 맛에 야구 본다”고 말할 때 한화 팬은 “이 맛을 몰라봤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 맛을 보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전반기 1위는 우승이 아니다.
KBO리그는 전반기와 후반기를 더한 성적표로 가을야구 진출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번 전반기 1위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재건의 시간이 드디어 끝나고, 진짜 경쟁자로서의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팬들은 이제 5할의 벽을 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한화가 잘하면 리그가 재미없다’는 말장난에 웃어넘길 필요도 없다.
오히려 한화가 잘해야 리그 전체가 술렁인다.
관중은 늘고 이슈는 폭발하고 스포츠 뉴스 댓글창은 한화 이야기로 도배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야구의 재미다.
프로 스포츠는 드라마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금 한화다.
전반기 우승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후반기에도 이 기세를 잃지 않고 2000년대 이후 멈춰버린 한화의 우승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변수는 많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팬들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매 결과에 기뻐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한화의 부활은 이미 반 이상 성공했다.
2025년 여름, 한화는 다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야구를 믿고 본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 안 되는 이 순간, 단 하나의 진실만은 또렷하다.
한화는 지금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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