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여파가 주류 소비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며 올해 상반기 국내 위스키 수입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위스키 시장 위축은 기존 유흥업소 중심의 로컬 위스키 시장이 저물고, 가정채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진통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전체 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위스키 소비 목적이 회식과 접대에서 개인적 친목과 취미로 변화하면서 장기적인 수요는 오히려 단단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위스키 수입액은 1억27만달러(약 140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1억1781만달러)보다 1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량도 1만1125t으로 전년 동기(1만2663t) 대비 12.1% 줄어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증가하던 위스키 수입액은 2022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수입량도 2023년(3만586t)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주류 소비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주점·식당 등 온 트레이드(On-trade) 채널의 약세가 위스키 수입과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글로벌 주류시장 분석업체 IWS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 트레이드 시장의 위스키 소비 비중은 35.9%로 1년 전(48.5%)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대부분의 물량이 유흥업소에서 소비되는 로컬 위스키의 위축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로컬 위스키란 스코틀랜드 등에서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병입하는 형식으로 제조되는 '국산 브랜드 위스키'로, 과거 회식이나 접대 등의 목적으로 소비되며 국내 위스키 시장의 대부분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팬데믹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하며 가정채널로 소비의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특정 채널에 판매를 의존하던 로컬 위스키 수요가 급감했고, 전체 시장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는 로컬 위스키가 빠르게 위축되며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가정채널과 위스키 전문 바 등을 중심으로 위스키의 기초 수요는 오히려 다져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윈저·임페리얼 등 로컬 위스키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여겨지며 국내 위스키 시장의 주축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브랜드로 여겨지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로컬 위스키 수요는 전통적인 유흥업소 소비 감소로 지속적으로 줄겠지만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인지도와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스코틀랜드와 미국 등 기존 위스키 강국 외에 일본과 대만 등 제3세계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국내 위스키 시장이 가정채널과 위스키 전문 바 등으로 판매와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위스키 소비의 목적이 회식·접대에서 개인적 친목과 취미로 변화하면서 수입국도 이전보다 다변화 양상을 띠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대만 위스키 수입액은 217만달러(약 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8.8% 증가하며 아일랜드를 밀어내고 4위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만 위스키 '카발란'을 수입·유통하는 골든블루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신흥 위스키 생산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50종이 넘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폭넓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발란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채널은 면세점이지만 올해는 가정용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시장 상황과 소비자 요구를 분석해 라인업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위스키도 올해 수입 규모는 감소했지만 이는 지난해 급증한 수입 물량 등의 영향으로 실제 판매 채널에선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 위스키는 지난해 위스키 소비 위축 속에서도 이자카야와 하이볼 소비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60.7%의 높은 소비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류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산토리와 함께 일본 양대 위스키 업체로 꼽히는 '닛카'는 올해 3월 국내시장에 제품을 공식 출시했고, 하이트진로도 기린그룹의 '후지' 위스키의 라인업을 확대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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