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화장품, 식품 등에 대해 15%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국내 업계가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수출 효자 품목에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관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거나, 현지 생산 확대, 수출선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농식품 수출액은 15억9000만달러(약 2조2183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은 2억1500만달러(약 3000억원)로 70% 급증했으며, 쌀 가공식품(1억7300만달러)과 김치(4800만달러)도 각각 51%, 20% 늘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라면 등 주요 품목에 15% 관세가 일괄 적용되며 수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다.
앞서 4월부터 10%의 임시 관세가 부과됐으나, 이번에는 정식 조치로 확정됐다.
라면 수출 1위 기업인 삼양식품은 미국 시장 주력 제품인 '불닭' 시리즈의 현지 판매 가격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율별 손익 시나리오는 마련하고, 해외 경쟁사 동향도 참고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280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은 77.3%에 달하며, 이 가운데 미국 매출만 2억8000만달러(약 3868억원)로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수출 제품은 경남 밀양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으며, 삼양은 연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법인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김치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은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현지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기업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체 김치 수출 물량의 절반은 여전히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대상의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9400만달러(약 1312억원),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이 3570만달러(약 498억원·38%)에 달한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함께 수출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미국 내 유통업체들과의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는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한국산 화장품 수요는 '가성비' 이미지와 품질 경쟁력에 기반하고 있어, 당장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보다는 프로모션 전략 조정 등 완충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15% 관세가 당장 사업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마진 구조에 따라 브랜드별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가격보다는 프로모션 빈도나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화장품 수출액은 19억달러(2조6522억원)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 화장품의 2위 수출국이다.
국내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미국에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국내에서 미국으로 생산 기반을 이전하려는 브랜드사의 수요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북미 매출 비중이 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유통 파트너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라며 "미국 사업 전반의 원가 부담 확대에 대해서는 현재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로 한국 화장품이 유럽·일본 등 경쟁국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K뷰티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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