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후반전]'15% 뉴노멀'…산업계 실리중심 대응책 마련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8-01 11:09:44

한미 간 '관세 0%' 시대가 막을 내리고, 15%가 새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계가 중장기 전략 수정에 나섰다.
대미 수출 부담은 커졌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각 기업은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실리 중심의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조선업계는 미국과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현지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 내 점유율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반도체·의약품 업계는 관세 적용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략 조정 여지를 검토 중이다.
조선은 한미 공동투자가 본격화됐고, 철강은 협상 제외에 대한 재논의와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조선 분야 협력 구상을 주도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타결 직후 귀국해 이날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반도체·자동차 분야에서 측면 지원을 펼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여전히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관 부회장이 귀국하기 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았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역량을 갖춘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교두보 삼아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편, 선박 MRO(정비·보수) 등을 주도하겠다"며 중장기 투자 계획을 소개, 미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향후 한미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전용 펀드'를 구성,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과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MRO 등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펠란 장관은 "조선·해양 산업 기반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와 해군성의 최우선 과제"라며 "3개월 전 한국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는데, 이곳 필리조선소에서도 어떤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한미 협상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의 현장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협상 타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란 장관은 지난 4월에도 거제조선소를 찾아 김 부회장의 안내로 상선과 잠수함 건조 현장, 미 해군 7함대 유콘함 MRO 현장을 살펴본 바 있다.
미 해군 최고위 인사가 한화가 보유한 한국과 미국의 조선소를 모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4월 이후 25%의 품목 관세에 발목이 잡혀 온 자동차 업계도 이번 관세 타결을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출시장 다변화, 미래 차로 전환을 촉진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SNS에 "(한미 무역 합의는)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한국의 디자인·엔지니어링·생산 부문과 미국의 생산시설 간 원활한 협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도 '최혜국 대우(MFN)'를 받기로 하면서 우려를 덜었다는 표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세율과 적용 조건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의약품 분야도 세부 품목관세율이 드러나지 않아 긴장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양국 간 협력 과정에 아직 풀지 못한 과제도 남아 있다.
디지털 경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인 온라인플랫폼법, 정밀 지도 반출, 클라우드 역차별 문제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