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30일(현지시간) 관세 협상에 전격 합의하면서 이 과정에서 '준 특사'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재계 총수 3명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며칠을 전후로 잇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총력전에 나선 협상을 지원했다.
이날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총수 3인방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 주요 관계자와 만남을 추진하면서 우리 측 협상 의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민간 기업이 그동안 구축한 미국 내 네트워크가 상당하다"며 "그 네트워크를 가지고 정부가 협상하는 큰 틀에 대해 필요한 경우 공유하고 있고, 우리를 대신해 민간 입장에서 중요성을 강조해 주기도 한다"고 이들의 역할을 설명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협상에 앞서 지난 3월 미국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했던 210억달러(31조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조지아주 자동차 신공장 증설, 루이지애나주 철강공장 신설, 30억달러 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입 계획 등을 밝혔었다.
특히 30일 출발했다고 알려진 정 회장은 지난 28일에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찌감치 현지에서 협상을 지원하면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결실을 거뒀다.
지난 29일 출국한 이 회장은 반도체를 고리로 우회 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총 370억달러(54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미국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와 22조7648억원(165억4400만달러) 규모의 차량용 칩을 공급하기로 위탁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알려지며 한미 협력의 물꼬를 틔웠다.
1500억달러 규모 조선협력 전용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조선에서 큰 결실을 얻어낸 데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역할도 컸다.
한화는 올 초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를 인수,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화필리십야드에 대한 추가 투자와 현지 기술이전, 인력양성 등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은 대미투자에 대한 진정성을 직접 전달하고 정부 제안을 뒷받침했을 것"이라며 "이번 동행으로 한국 협상단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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