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맥주 두 잔 가운데 한 잔은 오비맥주의 '카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의 선전으로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도 하이트진로를 넘어 1위로 올라섰다.
28일 글로벌 주류시장 분석업체 IWSR에 따르면 AB인베브가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업체별 점유율 52.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41.1%)보다 11.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점유율 50%를 넘긴 AB인베브는 하이트진로를 밀어내고 업계 1위 공급사로 올라섰다.
AB인베브의 성장은 대표 브랜드인 카스가 이끌었다.
카스는 주력 제품인 '카스 프레시'와 저칼로리 제품인 '카스 라이트' 모두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카스는 지난해 1억644만 케이스(9ℓ 케이스 기준)가 팔리며 국내 맥주 브랜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전년(6022만 케이스) 대비 76.8% 증가한 수치이며,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맥주(2억3351만 케이스)의 절반 가까운 양이다.
카스는 지난해 국내 맥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알루미늄 병 제품을 선보였고, 파리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올림픽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스 라이트 역시 패키지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브랜드 전방위로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점유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스 외에 '버드와이저'도 353만 케이스가 판매되며 AB인베브의 점유율 상승을 도왔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는 시장점유율이 41.6%에서 33.5%로 축소되며 2위로 밀려났다.
2023년 출시한 신규 브랜드 '켈리'가 첫해 717만 케이스에서 지난해 929만 케이스로 판매량을 30%가량 끌어올렸지만 2·3위 브랜드인 '테라(4006만→3667만 케이스)'와 '하이트(2967만→2672만 케이스)'가 모두 판매량이 줄어들며 점유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밖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아사히주류는 3%대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국내 맥주 시장은 수년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총 맥주 소비량은 2억3351만 케이스로 전년(2억3389만 케이스) 대비 0.2% 감소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도 0.1%에 그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음주 인구가 줄고, 주종의 다양화로 주류 소비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도 맥주 업계에 악재가 됐다.
특히 캔 하이볼 등 청량감과 음용성을 앞세운 RTD(즉석 음용 음료·Ready To Drink) 제품이 맥주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RTD 소비량은 294만 케이스로 전년(171만 케이스) 대비 71.9% 증가했다.
여기에 주류 문화가 변화하며 직장 내 회식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맥주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맥주의 가정시장 비중은 73.6%로 전년(73.1%) 대비 소폭 증가하면서 유흥시장 비중은 26.4%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논알코올 맥주는 기대만큼 확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논알코올 맥주는 지난해 431만 케이스가 판매돼 1년 전(450만 케이스)보다 오히려 4.2%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성장률은 연평균 성장률은 49.9%로 급격히 시장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대체재가 많은 탓에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0.6%로 예상됐다.
한편 국내 소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독주가 이어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소주 8907만 케이스를 판매해 제조사별 시장점유율 65.3%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소주 시장의 축소로 판매량은 전년(8994만 케이스) 대비 3.5% 줄어들었지만 점유율은 전년(63.7%)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량이 2467만 케이스에서 2035만 케이스로 17.5% 감소한 롯데칠성음료는 점유율도 17.5%에서 14.9%로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학(6.8%)과 금복주(3.2%), 맥키스(2.9%), 대선(2.8%) 등이 뒤를 이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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