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역사상 최악의 해상 참사 80주기… 영화로도 제작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7-30 09:47:32

美 해군 대형 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
원폭 운반 임무 완수 후 日 잠수함에 격침
장병 880명 희생… 해군에 큰 변화 가져와

명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USS 인디애나폴리스’(2016)는 평가와 흥행 둘 다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미국 해군 역사상 최악의 해상 참사로 기록된 1945년 7월30일의 USS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에 대한 대중과 역사학계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상당한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미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간) 해군 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희생자들 80주기를 하루 앞두고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장문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영화를 본 독자들은 내용을 잘 알겠지만, 1945년 7월 초 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 함장 찰스 맥베이(1898∼1968) 대령에게 극비 임무가 하달된다.
영화 속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아 연기한 인물이다.

2차대전 도중 필리핀 인근 바다에서 일본군 잠수함에 격침된 미국 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위용. 미 해군 제공

◆원폭 운반 임무 완수 후 日 잠수함에 격침돼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해군 지휘부는 멕베이 함장에게 “화물 컨테이너 안에 든 중요한 물건을 티니안 섬에 있는 미 육군항공대(현 공군) 기지까지 안전하게 옮겨야 한다”고 명령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티니안은 미국 자치령으로 사이판 섬과 가깝다.

멕베이 함장은 컨테이너 안의 물건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1945년 7월16일 출항한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정확히 열흘 만에 티니안에 도착해 육군항공대 측에 화물을 인도했다.
이는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으로 1945년 8월6일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바로 그 치명적인 신무기였다.

1945년 7월30일 일본군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 승조원 가운데 생존자들이 괌의 미군 기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임무를 완수한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뱃머리를 미군 점령 하의 필리핀으로 돌렸다.
그런데 1945년 7월30일 필리핀 인근 바닷속에서 암약하고 있던 일본 해군 잠수함에 그만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존재가 포착됐다.
잠수함 함장 하시모토 모치츠라(橋本以行) 중좌가 보기에 덩치는 큰데 호위함 한 척 딸리지 않은 이 배는 쉬운 먹잇감이었다.
하시모토 함장의 명령으로 어뢰 두 발이 발사됐고, 이를 정통으로 맞은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얼마 뒤 침몰했다.
승조원 중 약 300명이 즉사한 가운데 남은 승조원들은 가까스로 배에서 탈출해 해상에 머물며 구조를 기다렸다.
멕베이 함장도 살아남아 다른 생존 장병들과 함께했다.

해군은 침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며칠 뒤 육군항공대 소속 정찰기가 바다 위에서 표류 중인 장병들을 발견한 뒤에야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그 사이 수많은 승조원이 식인 상어들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망자가 무려 880명에 달했으며, 생존자는 멕베이 함장 등 316명에 불과했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에 세워진 USS 인디애나폴리스 전몰 용사 위령비. 해군과 해병대원을 포함해 총 88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해군 제공

◆장병 880명 희생… 美 해군에 큰 변화 가져와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난 뒤 1945년 12월 미 해군에서 멕베이 함장을 피고인으로 한 군사 재판이 열렸다.
군 검찰은 “멕베이 함장이 지그재그 기동을 하지 않아 배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그에게 직무 태만 혐의를 적용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하시모토 전 함장이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설령 지그재그 기동을 했더라도 얼마든지 격침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군사법원은 이를 무시하고 멕베이 함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그가 오랫동안 해군에 공헌한 점을 참작해 형 집행은 면제했다.
멕베이 함장은 이후 해군에 복귀해 제독으로 진급하고 1949년 소장을 끝으로 퇴역했다.
1968년 그는 ‘부하들을 못 살렸다’는 죄책감 속에 70세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USS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은 미 해군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때까지 태평양 해역에서 해군 함정의 지그재그 기동은 함장의 재량 사항이었으나, 이것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로 바뀌었다.
또 500명 넘는 승조원을 태운 대형 함정에는 반드시 그 호위를 위한 별도 함정을 붙이도록 했다.
USS 인디애나폴리스에 호위함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USS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직후 해군 지휘부가 이 사실을 까맣게 몰았던 점에 착안해 함정 이동 시의 보고 체계도 대폭 강화했다.

할리우드 영화 ‘USS 인디애나폴리스’(2016)의 한 장면. 침몰한 중순양함의 함장인 찰스 맥베이 대령(니콜라스 케이지)가 2차대전 종전 후 군사 재판을 받는 모습이다. SNS 캡처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USS 인디애나폴리스’ 이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죠스’도 USS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당시 생존자들 가운데 한 명인 ‘퀸트’(로버트 쇼)라는 인물이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 태평양에서 식인 상어들과 사투를 벌인 경험을 들려준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