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책임져야” 당내 요구 분출
관세합의로 총리 유지 명분도 잃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퇴진할 뜻을 굳혔다는 측근 인용 언론 보도가 23일 잇따랐다.
이시바 총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7·20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분출하고 총리직 유지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미 관세 교섭도 매듭이 지어짐에 따라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관세 협상을 맡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으로부터 귀국 보고를 받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필요성, 다음달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80주년 추모행사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퇴진 발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날 밤 주변에 “미·일 교섭의 전망이 서면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도 이시바 총리가 다음달 말 이전에 퇴진 발표를 할 의사를 굳히고 이를 측근들에게 알렸다고 보도했다.
오는 29일 중의원(하원)·참의원 양원 의원 간담회를 통해 선거 패인 검증이 시작되는데, 이를 계기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중진 의원들과 지역 조직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사토 쓰토무 의원 등은 이참에 자민당이 야당으로 물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7년 9월까지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지역 조직 2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총재 선거 조기 실시가 가능하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여당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이니치는 당내 퇴진 요구의 강도 등에 따라 판단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원 여소야대 구도는 변함이 없는 만큼 국회의 후임 총리 선출을 둘러싸고 야당과 협의가 필요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날 타결된 미·일 관세 합의를 놓고 어떤 평가가 나오느냐도 이시바 총리의 진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아소 다로 전 총리와 1시간20분가량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퇴진 보도를 부정했다.
그는 “강한 위기감을 공유했다”며 “내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당 분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 등이 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전·현직 총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