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북측에 접해 있는 중구 명동과 필동, 회현동, 장충동의 주거지역 건물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구는 기존에 ‘정북 방향’으로만 적용하던 일조권 규제를 ‘정남 방향’으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남방향 일조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고시해 건축규제 문턱을 낮췄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고시에 따라 '내 땅'의 정북방향 대지 소유자와 합의하거나 정북방향에 도로, 공원, 하천 등 건축이 금지된 공지가 있는 경우에는 정남방향 일조권 적용이 가능해진다.
일조권이란 햇빛을 받을 권리로, 건축법과 시행령에서는 ‘일조나 채광, 조망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두고 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주거지역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일조권 확보를 위해 북쪽 방향 대지 경계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띄워야 한다.
건물 높이가 10m 이하인 부분은 1.5m, 10m를 초과하는 부분은 건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남고북저’ 지형인 지역에서는 기존 일조권 규정에 따라 북쪽 대지와의 고저차 2분의 1지점부터 높이 기준을 산정하기 때문에 북쪽 대지가 낮으면 층수 확보에 불리해 손해가 크다.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한 중구는 규제의 방향을 전환하는 해법을 꺼냈다.
북쪽 대신 남쪽을 기준으로 일조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지형으로 인한 불이익 없이 4m 정도의 높이와 층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산 북측에서 기존 일조권 적용 기준인 정북방향 적용 시 최소 확보할 수 있는 건물의 높이가 8m지만, 이번에 다양화한 정남방향 적용 시 12m가 돼 기존대비 4m를 추가 확보할 수 있고, 확보된 높이만큼 면적을 늘릴 수 있다.
일조권 규제 방향 전환은 법 개정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기초자치단체의 고시만으로 가능하다.
중구 이준형 건축계획팀 주무관은 “남산 고도제한 완화가 실제 지역 발전과 주민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조권 규제 방향 전환을 실행하게 됐다”며 “이 규제완화를 적용한 사례가 늘어 활성화되면 해당 지역 주민의 자산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구는 이번 일조권 규제 방향 전환이 남산 고도제한 완화, 회현동 뉴빌리지 사업, 서울시 용적률 완화 등의 정책과 맞물려 남산 일대 주거환경 개선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번 일조권 규제 완화는 주민들의 재산권을 가로막던 벽을 걷어내는 적극행정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일상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를 적극 발굴하고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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