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풍력발전기 오염 문제가 지난달 3일 본지 보도(제주 풍력발전기 '흉물' 방치…"미관·안전 위협" 제하 기사)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제주도는 '신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정화 작업 없이 오염된 상태로 발전기가 계속 가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다시 찾아 확인한 결과, 풍력발전기에는 여전히 윤활유로 추정되는 검은 오염물질이 날개와 타워 전면에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지난달 본지 보도 직후 제주도는 '신속히 조치하겠다.
현재는 가동 중단 상태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제가 된 풍력발전기는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사의 3메가와트(MW)급 설비로, 타워 높이는 130m, 날개 길이만 40m에 달한다.
이 거대한 구조물의 날개와 기둥에 흘러내린 검은 자국은 멀리서도 눈에 띄어 관광객과 도민들 사이에서는 '불에 탄 것 아니냐'는 오해마저 낳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기사를 보고도 그대로일 줄은 몰랐다"며 "청정 제주를 외치면서 저런 흉물을 그대로 두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청정제주는 이젠 옛말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취재 당시 제주도는 본지 취재진에 "운영사 측에 조치를 요청했고, 발전기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취재에서 담당 주무관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오일로 보이는 이물질을 제거하려면 로프를 타고 상부에서 내려와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라 정비 인력과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며 "9월께나 조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즉각 대응' 입장에서 '9월 조치'로 말이 뒤바뀌면서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2030'을 내걸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풍력발전 설비의 유지·관리 부실과 행정 대응의 미흡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 관계자는 "3년 주기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정기 점검을 받고 있으며, 매년 도와 민간이 합동점검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물 범벅으로 방치되고 있는 풍력발전기 현장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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