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벤처·IT 전문가인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지명되면서 인공지능(AI) 분야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달성 목표에 따라 대규모 예산 투입과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다.
다만,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데이터 등의 자원 지원뿐 아니라 대기업에 집중된 시장 수요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중기부 장관 지명 이후, 업계에선 AI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육성 정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초창기 시절부터 기업 성장을 주도한 1세대 IT 전문가로, IT기업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GPU 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GPU는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지만, 성능에 따라 한 장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해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높다.
한 국내 AI 솔루션 기업 대표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운영 중인 기업의 경우, 중기부가 GPU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을 확대해주면 사업이 크게 수월해질 것"이라면서 "외부 LLM에 의존하는 많은 신생 기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국내에 최적화된 맞춤 LLM을 구축·지원해줌으로써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역시 정부 지원으로 물꼬를 터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의료·법률 등 전문 분야의 고품질 데이터의 경우 가격이 높고, 수집·정제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돼 소규모 기업은 진입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를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개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협상력을 가지고 양질의 민간 데이터를 저렴하게 구매해 중소기업에 제공하거나, 데이터 바우처 제도를 확대해 스타트업의 학습 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뿐 아니라 AI 시장을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가운데 AI를 도입한 비율은 5.3%이며 도입을 고려한다는 비율도 16.3%에 불과했다.
이렇듯 시장 수요가 대기업 중심으로 경직되면서 신생 AI 기업의 경우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초기에 일부 대기업과 계약해 기술을 공급하다가도 어느 시점에 해당 기업이 자체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판매가 중단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AI 도입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업무 변동성이 크고 업종별 환경의 차이가 큰 만큼 정부가 예산 지원뿐 아니라 각 업종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AI 도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환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AI 도입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표준화되지 않은 작업 환경으로 인해 AI를 도입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AI 도입에 앞서 중소기업에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정착·확산해 AI의 활용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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