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보장과 단체교섭을 촉구하며 서울 한화 본사 앞 30m 높이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이 농성 97일 만에 땅을 밟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등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회장의 고공농성 해제를 알렸다.
김 지회장은 지난 3월 15일부터 고공농성을 벌이던 철탑에서 임금단체협상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기자회견 중 지상으로 내려왔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 17일 교섭 쟁점이었던 상여금 50％ 인상을 비롯해 산재 예방 활동 등을 골자로 한 2024년 단체교섭 의견접근을 이뤘다.
노조 측은 한화오션 협력사와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이날 조인식을 했다.
김 지회장은 회견 후 건강 진단을 받으러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한화오션 하청 노사 단체교섭이 마무리됐으나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 노조법 개정, 한국옵티컬 하이테크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10만 조선하청노동자와 함께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더 크고 더 넓고 더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임단협 잠정 합의와 함께 한화오션 노사는 진행 중인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취소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22년 5월 하청지회의 51일간의 선박 독(dock) 점거 등 파업과 관련해 제기한 47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도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 측은 "고공농성 중인 김 지회장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생명 존중의 인도적 차원에서 교섭사와 함께 하청지회의 상여금 인상 요구 등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찾았다"라고 했다.
이어 "노사가 다 같이 잘 돼야 하는 상생과 협력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법상 파업에 따른 경영 손실을 그대로 두면 경영진 배임 등 법률적 리스크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 취하 등 노사 화합 조치가 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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