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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은 수수께기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예술에는 해석이 필요하지만, 해석을 한 뒤에도 예술작품은 어떤 수수께기로 남기를 원하죠. 이 '수수께기성'에 대해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만큼 깊이 사유한 철학자는 없었습니다.
아도르노는 예술 작품은 수수께기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수수께기성'을 잃는다면 그건 더 이상 예술이 아닌 셈이죠. 아도르노는 예술의 수수께기성이란 작품 내부의 모순, 해석의 열림, 그리고 궁극적으로 해석에 저항하는 잉여의 의미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예술은 결코 완전히 해명될 수 없으며, 늘 남겨진 어떤 결핍 속에서 우리를 머물게 만듭니다.
사회 참여적인 예술작품을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도르노는 예술이 사회 투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순간 그건 수수께기가 되는 걸 멈춘다고 보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건 예술이 아닌, 프로파간다나 상품에 불과한 것이죠. 이 자율성 덕분에 예술은 단순 참여의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는 ‘타자의 공간’이 됩니다. 예술은 비판적이고 자기반성적으로 사회를 비추며, 오히려 직접적인 개입 대신 모호함 속에서 저항의 힘을 획득합니다.
그렇다고 예술이 무조건적인 오락을 지향한다면 그것 역시 '유흥'에 불과하며, 예술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킬링타임 영화나 유튜브 숏츠 같은 '유흥'이 결국 우리에게서 비판적인 사유를 앗아 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오늘날 예술과 유흥 사이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졌습니다. 그러나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통상과 통념을 거스르는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대중적 양산물인 유튜브 숏츠나 상업영화와 구별됩니다.
이렇듯 '수수께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술은 독립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 참여적인 성격을 버리면 그 예술은 무용한 시간 죽이기가 되어 버리죠. 이걸 '예술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이 딜레마 때문에 예술은 참여와 오락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해야 합니다. 예술이 사회의 어떤 문제들을 고발하는 역할을 지니는 건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사회 문제에 참여하기를 완전히 거부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더없이 정치적입니다.
아도르노에게 예술의 역할은 저항과 부정에 있습니다. 예술은 현재를 부정합니다. 예술의 유토피아는 현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죠. 예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회가 지금의 모습대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아도르노에게 예술의 고통스러움은 오히려 해방의 가능성입니다. 예술은 치유나 위로가 아니라,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기존 질서와 화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역사의 마지막에 예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모든 예술이 더 이상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으로의 소멸을 욕망하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고통의 표현입니다. 존재의 진리는 곧 고통이기 때문이죠. 이 고통에 진실한 예술이 진실하다고 아도르노는 주장했습니다.
결국 진정한 예술은 완전히 봉인된 수수께기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남깁니다. 해답이 아니라 더 많은 사유의 문을 여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자리임을 아도르노는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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